ㅇ 낯가림이 심한 누나와 타고난 핵인싸 백호, 그리고 다가오고 싶은 이웃들을 위한 리드줄 메세지들.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시무룩하게 집에 돌아간다는 백호를 위한 리드줄이 너무 귀엽다.
귀엽다고 해주세요, 낯선 사람 좋아해요, 예쁘다고 해주세요, 실룩실룩실룩실룩, 내 입꼬리가 실룩실룩실룩실룩

ㅇ 감상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생은 어떤가. 다른 사람의 일기를 통해 함께하는 삶의 기쁨과 애로를 엿볼 수 있었다. 읽는 동안 피식피식 터져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고, 때로는 눈물이 찔끔찔금 새어나오기도 했다. 함께 한다는 것은 얼마나 노력이 필요한 일인가. 나는 영원히 랜선집사나 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결심하게 된다.

ㅇ 발췌
-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이다.
- 백호와 함께 살며 집을 고친 이야기나 이웃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이야기, 하루도 거르지 않는 산책 이야기, 청소기를 세 대를 구비하고 매일 반복하는 대청소와 한 철을 버티지 못하는 옷과 이불 등을 반복하며 이야기했다. 강아지와 사는 것은 현실이지 꿈이 아니라고. 화보집처럼 언제나 좋은 면만 있을 수는 없다. 생명체와 함께 살며 얻을 수 잇는 행복에는 반드시 그 뒷감당이 따르기 마련이라고.
- 가족들의 동의 없이 시공을 조금만 했었는데, 우리 집 귀한 왕자께서 매트 위를 거니는 것을 아바마마꼐서 보시고는 몹시도 흡족해하시며 "빈큼없이 다 깔아라"하시니 그 명을 받잡겠나이다 하고 실행에 옮겼다.(백호력 4년)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는 것이 아니라, 개같이 벌어 개에게 쓰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어릴 떄 우리 시골에서는 짬밥만 먹고도 15년을 살았다."
"아무거나 먹인 우리 개는 평생 건강하게 살다가 갔다."
사람 역시 군만두만 먹어도 살 수는 있다. 하지만 군만두만 먹고 살지는 않는다. 최소한의 조건에서 생존하는 것과 좋은 삶을 사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백호와 아이들에게 후자의 삶을 선물하고 싶다.
- 삶은 감정의 속도와 온도가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는 일의 연속이다. 내가 걸어온 시간 속에서 나와 발맞춰주는 이는 누구였는지, 서로 손을 잡았을 때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던 사람이 몇이나 있었는지, 그 모든 거이 어긋나는 사람임에도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맞춰주고 싶었던 사람은 몇이나 되었는지. 완급 조절이 필요 없는 사랑이 주는 추만감을 내개 알려준 것은 백호였다.
- "아가씨 말 들어보니 아가씨가나보다 더 낫네요. 저도 열세 살 된 진도랑 같이 살아서 요새 늘 떠나는 생각만 했거든요. 좋은 말 고마워요. 백호도 잘 놀다 가" 하시더니 내 커피 값까지 계산하고 나가셨다. 젊은 여성이 강아지를 데리고 다닐 때마다 가시 돋힌 말만 듣다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 소설가들은 마지막 한 문장을 위해 그 긴 서사를 써내려 가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이 한 문장을 위해 이 글을 적는다. 백호를 만나 얻은 모든 세계에 감사하다. 백호에게, 백호와 함께 사는 우리 가족에게, 백호를 사랑해주시는 바로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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