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로부터 나눔받은 지 오래된 책인데, 이제서야 읽었다. 정리의 미학을 추구하는 작가라 그런지, 글도 군더더기가 없다. 간결하고 헛된 꾸밈이 없어 술술 읽힌다.

나는 기본적으로 정리를 잘 못하는데, 저자가 강조하는 ‘버리기’를 잘 못한다. 몇년째 한번도 입지 않았지만 여전히 새 옷 같은 옷을 가지고 있고, 어쩌다 한번 쓰는 가방도 가지고 있고, 좋아했던 전공의 책과 필기도 가지고 있다. 없어도 되는 것들이다. 버리면 기억 못할 것이고, 있더라도 쓰지도 않을 것이며 들춰 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런 물건들을 처분하면 된다는 것을. 그저 실천하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주장한다. 나는 물건이 많은 게 아니고, 수납할 공간이 적은 것이라고.
그리고 정리를 원하는 다른 자아는 끊임없이 설득한다. 수납을 위한 공간 한 평에 2천만원이라고. 버리는 게 절약이라고. 그러나 아직까지는 ‘못 버리는 쪽’이 우세한 실정이다.

저자는 이상적인 공간에 대해서 생각해보라고 한다. 일단 나는 혼자 살고 싶다. 침실 하나, 옷 방 하나, 남향의 큰 창이 있으며 통풍이 잘 되는 거실 하나, 분리형 부엌, 욕조가 있는 화장실이 딸린 집에 살고 싶다. 확실한 건 집을 사기엔 돈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갑자기 눈 앞이 흐려진다. 눈물이 차올라 고갤 들어...
거실엔 책상을 겸용할 수 있는 테이블과 편안한 의자, 작은 책장 만을 두고 싶다. 그 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옷 방을 꾸미고 싶다. 계절마다 옷장을 바꾸는게 너무 힘들고 번거로워서다. 옷장을 바꿀 때마다 왜 사계절이 있어서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원망을 한다. 그 다음엔 옷 방에 베란다나 다용도실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곳에 세탁기와 건조기, 작은 건조대를 두면 좋겠다. 정리를 위한 완벽한 동선이다.
침실에는 침대와 협탁, 머리맡을 밝혀줄 작은 전등, 이렇게만 있으면 좋겠다.
상상을 하니 행복해진다. 그러므로 로또 사야겠다.

저자는 만졌을 때 설레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라고 한다. 이게 정말 어렵다. 보통 물건을 만져서 설렐 때는 구매할 때뿐 아닌가.
내 물건의 대부분은 옷과 책인데, 옷을 버리지도 못 하고 책을 버리지도 못한다. 왜냐하면 둘 다 좋아하기 때문이다. 딱히 내가 그걸 쓰지 않아도 그냥 있어서 좋다. 물건이 공간을 차지해 점점 내가 있을 공간이 쪼그라 드는 게 문제일 뿐이다. 빅뱅이론에 의하면 우주는 점점 팽창한다는데, 집도 좀 늘어났으면 좋겠다. 물건도 커진다는 사실은 잠시 잊자.
아무튼 나는 전자책을 사기로 했다. 나는야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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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이 책을 도서관에서 읽었음을 후기를 쓴 후에 알았다. 정리가 이렇게 중요함을 또 깨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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