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시사하는 바는 딱히 없는 듯하다.

영상을 재생하는 듯이 생동감이 뚜렷하고, 그 음산함이 매우 짙다. 어두운 분위기와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읽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책의 배경은 2004년이 기준이다. 프롤로그에서 2004년 9월 12일에 사건이 발생함을 알린다. 사건 직후 최현수가 현장 검증을 하는 것도 2004년 11월이다.

그런데 나의 감상으로는 작품의 배경이 훨씬 오래된 듯 하다. 사형이 집행되는 점, 대체로 피동적인 여자 캐릭터들, 143 월남파병(1965)으로 팔을 잃은 최상사, 중산층의 상징인 일산 아파트(IMF 전후?), 그리고 7년의 밤이 지난 2004년이라는 느낌이다.


제목은 중의적인 듯. 사건 이후 관련된 자가 다시 모이기까지 흐른 7년의 밤 동안, 그들은 각자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을까. 오승환은 사건의 발자취를 쫓았고, 최서원은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그늘에서 힘들어 했으며, 오영제는 단죄를 위한 기회를 노렸고, 최현수는 덫을 치기 위한 밤을 보냈다.


그리고 결국은 해피엔딩일 수 조차 없는 결말. 오영제는 체포되지만, 그가 과연 강은주 살해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직접적 증거는 오직 오영제의 증언 뿐인 상황으로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결국 명확한 범죄라곤 최서원과 안승환에 대한 불법약물투여와 납치, 감금, 폭행뿐. 꾸준한 사회봉사와 그의 사회적 지위, 전과가 전혀 없는 점 등을 미루어 생각하면, 결국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영제로 인한 최서원의 불행은 계속되지 않을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는 최현수.

그는 최상사의 가정폭력으로 인해 자신은 그런 아버지가 되지 않을 것으리란 강박이 있다. 그런 사람이 왜 그런 남편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은 못 한 것일까.

최현수는 무현허, 음주운전인 상태로 교통사고를 내고,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결정한다. 아무리 판단력이 흐려져도, 살인을 할 수 있을까. 그는 평소에 폭력을 싫어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몽유병, 용팔이, 공황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앓았는데, 왜 아무도 정신과 치료를 권하지 않았을까. (당시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인 거부감과 금전적 형편 때문있었을까.)

또 용팔이로 인해 왼팔에 대한 장애를 지속적으로 호소했는데, 왜 오영제를 상대할 때는 멀쩡할 수 있었을까.

강은주의 재산 상속 1순위는 최서원인데, 어떻게 후견인들이 재산을 나눠먹었나. 우리나라는 가정법원이 일을 안하나?


가장 불쌍한 캐릭터는 강은주.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는데,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오영제에게 희생되는 캐릭터.

굳이 현수를 세령마을에 보낸 건 뭐라도 해라하는 마음이었을 것.

남편이란 게 백수에 돈도 못 벌고, 재산도 없고, 맨날 놀면서 술이나 처마시고, 은주는 많이 답답했을 것.

그러길래 왜 사고를 쳐서, 중산층의 꿈은 혼자 꾸나.


오영제의 재산은 얼마나 많았길래, 서포터즈들을 계속 범죄에 고용할 수 있었을까.


오승환은 왜 최서원을 굳이 데려다 키웠나. 단순히 사건의 내막이 궁금해서라면, 굳이 서원을 맡아 기르지 않았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영화를 본 친구들은 대체로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도 안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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