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국내도서
저자 : 박종훈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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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적 시선에서 쓰인 책이다. 그만큼 우파적 시선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것 같지만, 저자가 많은 내용에 주석을 명시하고 있어서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많은 의견이 내 의견이라고 해도 될 만큼, 약자의 입장에서 서술한 경제 서적이다. 재벌 우선주의가 왜 치명적인지, 낙수효과는 왜 일어나지 않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한국의 세제 정책과 가계부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비판한다.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복지를 바로 세울 것을 이야기한다. 특히 공감되었던 건 노력해서 성공할 수 없는 나라에서는 누구도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포에서 오포를 넘어 N포세대로 넘어가고 있는 요즘의 작태가 얼마나 걱정스러운 상황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임금 상승 없는 수출 주도형 전략은 왜 위험한가? 하버드 대학의 대니 로드릭 교수는 "한 나라의 경제에서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기업의 이윤은 커지는 반면, 근로자들이 임금으로 받아가는 몫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역설했다. 특히 아무런 비전없이 단지 수출 물량만 확대하는 데 몰두하는 정부는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게 되고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가 글로벌 경쟁을 핑계로 끊임없이 근로자들을 압박하기 때문에 임금은 낮아지고 재벌의 몫은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근로자들의 몫이 줄어들어 임금이 노동생산성 증가분조차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 내수 시장이 급격히 축소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같은 경제구조가 계속되면, 마치 하늘만 쳐다보며 비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처럼 남의 나라 경제에 완전히 의존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다른 나라의 작은 움직임에도 자국 경제가 크게 흔들려 경제 위기에 취약한 경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1989년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꺼질 당시 일본 가계의 부동산 비중은 70%로,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었다. 일본의 버블이 붕괴된 근본 원인은 갑자기 긴축정책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정책 당국의 금리 인상 같은 작은 충격조차 못 견딜 만큼 부동산 시장의 쏠림 현상이 너무나 심각한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다. 복잡계 경제학의 시각으로 볼 때, 당시 일본 정부의 긴축정책은 이미 '임계상테'에 있던 부동산 버블을 터뜨린 방아쇠가 되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당장 방아쇠만 막겠다는 생각에 집착해 빚더미를 더욱 부풀리고 부동산에 대한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부동산 부양책을 융단폭격처럼 퍼부으면 일본과 같은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과도한 부동산 부양책은 소비와 투자 같은 생산적인 활동에 쓰일 돈까지 부동산 시장으로 몰아넣어 경기 불황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만 더욱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고려하고 있다면, 전 재산을 부동산에 걸었다가 노후를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체크포인트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돈을 빌려 집을 살 경우에는 대출은 받은 이후의 현금 흐름을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내가 산 주택 가격보다 상승할 거라는 기대로 무리한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했다가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게 된다.

둘째, 집을 살 때 빌린 돈을 다 갚고도 노후 준비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사라진 현 상황에서 은퇴 이후에 집을 판 돈으로 노후를 대비하겠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셋째, 장부가를 의지해서도 믿어서도 안 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내가 얼마에 집을 샀는지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가격은 시가에 따라 계속 변동하므로, 적절한 처분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부유층의 세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바로 194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가지 였다. 1951년부터 1963년까지 미국은 40만 달러를 초과하는 '슈퍼 부자들'의 소득에 대해 최고 91%의 연방소득세율을 적용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논란이 됐던 부유세 세율이 최고 75%였던 것과 비교하면, 당시 미국의 소득세율이 얼마나 높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부유층의 세율을 1%포인트만 올려도 경제가 망할 것처럼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90%가 넘는 최고 소득세율은 당장 경제가 붕괴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세율이다. 하지만 그들의 우려를 비웃듯 당시 미국 경제는 경이로운 호황을 누렸다. 중산층의 소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기업의 투자가 늘어났고, 일자리가 끊임없이 창출됐다.

당시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린 또 다른 이유는 이렇게 걷은 막대한 세금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미래세대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사립대학 학비의 5분의 1에 불과했던 공립대학을 대대적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1960년대 말에는 전체 4년제 대학생의 70%가 공립대학 학생이 될 정도였다. 이 밖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공교육을 강화한 덕분에 많은 청년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꿀 수 있었다.


부자 감세가 호황을 가져온다는 신화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부자는 돈을 쓰지 않는다. 다만 쌓아둘 뿐이다. 


부의 대물림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가난의 대물림이다. 왜 우리는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을까?


2014년 10월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 칼럼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 신흥시장 담당 사장은 한국의 억만장자들을 '상속형 부자'로 분류했다. 한국에서 1조 원 이상을 보유한 억만장자들 중 84%가 부모에게 재산을 상속받아 부자가 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비해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처럼 혁신적인 IT기업을 창업해 부자가 된 사람이 경제 전체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에게 상속을 받아 억만장자가 된 사람은 고작 33%에 불과했다. 한국과 경제구조가 유사한 일본조차 부모 재산을 물려받아 억만장자가 된 사람은 고작 12%에 불과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재벌들은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너무 높아서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최고 50%이고, 가산세를 합치면 최고 65%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명목상 세율은 높아보인다. 하지만 '기업'을 상속할 때는 최고 500억 원까지 공제해주는 등 온갖 공제 제도가 있어 실효세율은 훨씬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유류세와 담뱃세 같은 간접세가 전체 세수의 절반이나 되는 반면, 소득세 비중은 낮기 때문에 조세 정책으로 인한 빈부 격차 완화 효과도 거의 없다.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미국 부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국의 유명한 투자컨설팅 업체인 스펙트렘 그룹이 100만 달러가 넘는 자산을 가진 500명의 백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4%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더구나 전체 응답자의 62%는 최저임금을 40% 이상 올리는 데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더 악화된다는데, 왜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그처럼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고 있는 것일까?

경제 이론과 달리 실증적인 연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를 늘린 사례가 잇따라 목격되자, 영국 정부 산하의 최저임금위원회는 2010년 3월 영국 의회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률이 높아지는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또한 정책전문가들의 모임인 영국 정치연구학회의 회원들은 지난 30년간 수많은 영국 정부의 정책 중에서 '최저임금제'가 가장 성공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최저임금을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경제단체들도 무조건 임금 동결만을 외치기에 앞서 미국과 독일, 일본, 중국 등 우리의 경쟁국들이 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도 왜 이렇게 앞다투어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는지 그 이유를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생활임금' 선진국서 실험.. 시간당 1만2천원, 영국서 시작


낙수효과를 정면으로 뒤집는 중요한 연구 결과가 신자유주의의 첨병 역할을 해왔던 IMF에서 나왔다. IMF가 1980년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 159개국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20%의 소득이 1%포인트 늘어나면 경제성장률이 0.08%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비해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1%포인트 늘어나면 5년 동안 경제성장률을 0.38%나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또 다른 원인은 부의 편중이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중요한 버팀목인 '소비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감낙년 동국대 교수의 연구 결과, 우리나라에서 상위 10%의 소득이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6%에 이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48%보다는 낮지만, 일본의 41%나 프랑스의 33%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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