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국내도서
저자 : 앤디 위어(Andy Weir) / 박아람역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RHK) 2015.07.24
상세보기


로그에 연재하다가 독자들의 요청으로 작가가 최저가로 자가발간했던 책이다. 어느덧 출판사에 팔리고 영화화까지 되었다. 이쯤 되면 메가 히트 급이다.


작가가 공돌이답게 화학, 물리학, 천문학 계산을 아주 꼼꼼히 검증하고 또 검증해서 소설을 썼다고 한다. 물리적 오류가 적은 소설이라고 칭찬이 자자할 정도니 말이다. 물론 전혀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가장 처음에 화성에서 모래폭풍이 일어나 주인공을 제외한 화성탐사대가 화성을 떠나게 된다. 사실 화성은 대기가 희박해서 모래폭풍이 일어날 수 없다고 한다. 작가 인터뷰에서도 오류인 걸 알지만, 극적인 재미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또 마크가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만들어진 물 분자만을 섭취하고도 멀쩡한데, 사실 물속에 많은 미네랄을 보충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도 걸린다. 사람이 미네랄 섭취가 부족하면 건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비타민을 섭취하긴 하지만, 영화에서는 마지막쯤 피부가 벌겋게 일어난 것을 표현한다. 


또 공돌이라고 아무나 다 계산할 순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작가는 글도 재밌게 잘 쓴다.(!) 정말 대단하다. 소설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과학적인 설명에 할애된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해도 책은 재밌다.


위기 상황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밝고 재치가 있다.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다. 정말 작가가 나사에서 일해 본 건 아닐까, 화성에 한 번 다녀온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생하고 현장감 있다. 


다만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감정적인 묘사가 거의 없다. 항상 문제에 직결하면 생각하고, 답을 찾아내고, 실수하지만 결국 해결한다. 뭔가 카타르시스가 있다. 그런데 사람이란 것이 언제나 즐거울 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외딴 행성에 나 홀로 죽음을 직면하고 있는데 누군들 제정신 일 수 있겠는가? 또 절망이 없는 희망이 어찌 더 빛이 날 수 있을까? 작가는 그런 인생의 어두운 이면을 겪어본 적이 아직 없는 것이 아닐까. 화성에 있으면서 주인공이 한번은 절망하고 인생의 희망을 되돌이키는 장면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책을 완독하고 2주 정도 지난 무렵 영화를 보았다. 거의 마지막 상영영화였다. 하마터면 영화관에서 못 볼 뻔했다. ㅠㅠ 책의 내용이 조금 흐릿해졌을 무렵 보아서 영화가 꽤 재밌게 느껴졌다.


하지만 책의 매력은 과학적인 설명을 많이 하고 마치 우주비행사가 된 양 생각을 따라가는 묘미가 있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런 과학적인 설명은 많이 배제한다. 사건이 죽 나열되는데, 과연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이 장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과연 이 장면들이 이해가 될까 싶다. 왜 저런 장면이 저기서 필요하고, 왜 저 사람이 뭔가 필요해서 그걸 만들려고 하고, 고민하고 하는 이유가 과연 납득이 될지 모르겠다.


책의 매력이 많이 반감된 상태에서 보니 SF소설이라기보다는 외딴곳에 표류기 정도도 보인다. 다만 화성이라는 극적인 장치가 주인공의 그 어떤 고뇌에도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럴 거면 화성이라는 배경이 필요가 있나 싶었다. 이러니 화성에서 삼시세끼를 찍었다는 비판이 나올 만 하다. 


다만 책만으로는 상상력에 한계가 있어서 로버가 어떻게 생겼을지 많이 궁금했었는데, 그걸 시각적으로 본 건 좋았다. 그런데 물건이 떨어질 때 통통 튀어 오르는 느낌, 화성 표면에서 먼지가 일어 오르는 모습 등이 너무 익숙해 저게 화성이 아니고 지군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집중이 조금 안 됐다. (아마 이건 책을 읽어서 그런 듯)


책을 읽었음에도 마지막에 대원들이 마크를 구조하는 장면은 아주 스릴이 있었다. 물론 대장이 갑자기 '내가 할게'하고 한 건 좀 납득이 안되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책에서 중국이 미국을 도와주기로 할 때, 중국에서는 뭔가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게 뭔가 아주 합리적이진 않더라도 나름 이해할만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중국을 아주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중국이 로켓을 개발했는지도 모르니 윤리적으로 까일 상태도 아니고, 국가 간 이익이 달렸는데 그걸 정치적 교류도 없이 단순히 이건 과학의 문제니까 도와줘야 한다 하면서 로켓을 미국에 양도한다. 도대체 어느 국가의 수석이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을까? 국가소유의 재산을 사유재산 마냥 처리하다니^^


그런데 그 와중에 감독이 인종 문제가 있냐는 이슈도 있었다. 처음 와트니를 발견한 민디 파크는 한국계 미국인인데 백인이 캐스팅되었고, 아레스 탐사대의 총책임자 벤카트는 인도계 미국인인데 흑인이 캐스팅되었다. 원저자는 책에서 외모나 그들의 문화적 배경에 대해 설명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백인으로도 흑인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인터뷰에서 민디 파크는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한 점, 벤카트는 인도계 이름인 점 등을 보아 의도적으로 아시안 배우를 누락한게 아닐까 싶다.


게다가 중국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니까^^ 인종 문제는 이하의 기사들을 보면 잘 나온다.


the Guardian _ Ridley Scott accused of 'whitewashing' Asian roles in The Martian

NBC NEWS _ 'The Martian' Faces Accusations of 'Whitewashing'

MTV _ One Person Who Doesn’t Think ‘The Martian’ Was Whitewashed? The Author


또 미국영화의 미국식 미국 찬양이 참 엄청났다. 마크 와트니가 구조되길 기다리며 사람들이 거리에 모이고 기도하고 환호하고 성조기를 흔들고^^ 이런 부분이 잘 와 닿지 않긴 했다. 과연 우주인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전 세계 사람들이 바깥에서 기다리며 그의 귀환을 기다릴까. 뉴스로나 보고 말 것 같은데 말이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아주 두꺼운 소설과 2시간 22분에 달하는 긴 영화. 소설은 재밌었고 영화는 매우 아쉬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