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etarian (영국판/Paperback)
외국도서
저자 : Han Kang
출판 : Portobello Books Ltd 201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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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느낌


3부장 형식의 소설로 남편, 형부, 언니의 관점으로 영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기는데, 영혜가 본인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거의 없어서 모든 것을 추측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토론하기에 굉장히 좋다.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고, 답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영혜는 폭력의 희생자다. 여러 각도에서 철저하게 피해자임을 보여주고 있다. 본인의 의사와 반대하여 이뤄지는 많은 일들, 남편의 강간, 아버지의 폭력, 다른 가족들의 방관 등 많은 불행한 일들이 한 겹씩 쌓여 영혜라는 인물을 그리고 있다. 


영혜가 정말로 미친 것인지, 주변 사람들에 의해 미친 사람으로 치부된 것인지는 결국 알 수 없다. 영혜 스스로 자신 뜻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가해자의 말은 들을 기회가 있어도, 피해자의 말은 참 듣기가 어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참 이상하게도 가해자는 떳떳이 사는데, 피해자는 눈물로 떨군 고개를 들지 못한다. 피해자의 말을 들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었어도 구원받았을지 모르는데, 영혜에겐 그런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작가는 오롯이 타인의 시선으로만 영혜에 대해 이야기한 듯하다. 우유나 달걀 등 동물과 관계된 어떤 것도 먹지 않는 비건 채식주의자도 세상에 많은데, 영혜라고 못 살았을까. 결국, 영혜가 극단적으로 음식을 거부하게 된 건 주변 사람들 모두가 영혜에게 육식을 강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영혜가 정말로 미쳐서 채식을 거부했다 하더라도 그것 역시 폭력의 결과일 것이다. 끊임없이 가해진 폭력의 상처는 가려지고 흐려져도, 그 자리 잡은 흉터는 언제까지고 피해자를 갉아먹는 법이다.









2. 논의점


영혜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을까?

영혜는 정말 미친 것일까?

영혜는 왜 말이 없을까?

영혜가 꾼 꿈은 어떤 관계/영향이 있었을까?

형부가 몽고반점에 집착하는 이유?

영혜와 형부는 합의하에 관계를 한 것인가? 아니면 강간이었나?

영혜는 왜 나무가 되어 싶어 했을까? 나무의 의미는?

영혜는 피해자인가?

영혜와 남편, 인혜와 남편의 관계는? 부부 관계란 무엇인가?

이 소설에서 정상인 사람은 누구인가?


3. 한글 원작과 영어 번역서 비교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받아서(!) 읽고 싶었다. 한국 문학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어서 상 받았단 이유로 호기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책을 읽기 전에 한국어 6년 공부하고 책을 번역했다는 역자 데보라 스미스의 말을 듣고는 의역이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그녀의 의역과 문학적 능력이 상을 받는데 기여를 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 나 같은 영알못이 보기에도 다분히 그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급적 직역하되, 곤란한 경우 한글 원작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번역하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가 교체되는 경우에 작가와 상의하며 번역했다는 기사의 의미를 순수하게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주 일부만 비교해 봤을 뿐이라 전문가의 의견을 따로 듣고 싶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성인이 한글서랑 영서를 비교해가며 공부하고 싶을 때 활용하기 적절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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