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 _ 왜 중국 경제지표를 중시하지 않나?

최근 우리 경제 여건을 살펴보면, 수출이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듯하다. 지난 7월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2% 늘어난 데 이어, 8월에도 8.7%를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 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소식이 들리는 데도 불구하고 한국 수출은 흔들림이 없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과거 중국 통계와 한국 수출의 연관을 살펴보자. 먼저 중국 경제성장률과 한국 수출의 관계를 살펴보면, 별 다른 연관을 발견하기 어렵다. 2008년처럼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중국 경제성장률과 한국 수출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긴 하지만, 이때를 제외하고는 큰 연관성을 발견하기 힘들다. 중국 경제성장률 이외에 소매판매 등의 지표를 살펴봐도, 중국 소비자들의 지출과 한국 수출은 따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7년 한국 수출에서 중국 비중이 무려 24.8%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한국 수출은 왜 중국 경제 지표와 별다른 연관을 맺지 않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중국 경제가 아직은 ‘생산’면에서만 중요할 뿐 ‘수요’면에서는 그 영향력이 적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림’은 전세계 소비시장에서의 중국 비중 변화를 보여주는데, 2016년 기준으로 미국이 29% 그리고 유로존이 15% 중국이 10% 전후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중국 소비시장 규모가 미국의 3분의 1, 그리고 유로존의 3분의 2에 불과한 이유는 ‘높은 저축률’ 때문이다. 중국의 저축률은 2017년 46%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영향으로 GDP에서 차지하는 가계소비 비중은 단 39%에 불과하다. 참고로 선진국의 GDP 대비 가계소비 비중은 대부분 70% 전후에 이르며, 미국은 2018년 2분기 기준으로 68%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사람들이 소비보다 저축에 몰두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첫 번째는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다 보니, 주택구입을 위한 저축액도 나날이 더 높아지는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집 없는 총각은 장가가기 힘들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편이다.

주택가격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 역시 저축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완비되어 불평등 수준이 낮은 나라일수록 저축률이 낮으며, 반대로 노후에 대한 불안이 높은 사람들이 많은 나라일수록 저축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

이 결과 중국의 이자율이 경제성장률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1년 기준 예금금리, 1.5%) 매우 높은 저축률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결국 중국 가계는 실질 경제성장에 따른 과실을 누리지 못한채, 기업과 지방정부를 위한 자금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에만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와 같은 모순된 상황이 끝없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내수주도’의 경제성장 전략을 채택할 수도 있고, 또 미국의 공세에 못 이겨 중국의 내수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소비 붐’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까지의 모습만 본다면 중국의 내수는 한국 수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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