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워터씨, 여자일 줄 알았는데, 남자다. God bless you, Mr.Rosewarter. '미스터'인지 몰랐으니까. 제목이랑 표지만 보곤 행복이 가득한 연애소설 내지는 드라마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드라마긴 드라만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특유의 화법으로 은근한 풍자와 유머를 구사한다는데, 유머는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디의 어느 포인트에서 웃어야 하나? 옛날에 쓰여졌고, 문화적 배경도 다르니 유머를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건 알지만, 책의 매력을 잃어버린 것만 같아 안타깝다. 특히 이 책을 시작으로 커트 보네거트의 책을 줄줄이 번역한 걸 보면, 이 책이 잘 팔렸다는 이야기 아닌가.  

돈 많이 중요해진 자동화시대에 와서 인간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썼다. 근데 등장인물이 쓸데없이 많고, 이야기가 왔다갔다 산만해서 집중해서 읽기가 어려웠다. 베풀 줄 아는 이타적인 상속자 엘리엇 로즈워터, 그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아버지 리스터 에임스 로즈워터, 엘리엇 로즈워터의 돈을 노리는 변호사 노먼 무샤리, 엘리엇 로즈워터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프레드 로즈워터, 이 네 사람을 골자로 해서 이야기가 흘러갔다. 정신병자 취급을 받던 엘리엇은 이타적인 면을 제외하면 어쩐지 정말 정신병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게 되었지만, 우리 시대에도 이런 부자가 있었으면 싶다.

다시 책의 주제로 돌아와 생각해보자. 생산할 능력이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 교육받지 못 한 사람들의 가치는 무엇일까? 돈이 없는 사람들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것일까? 자본주의가 정착하고 1~2백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커트 보네거트는 1960년대에 이러한 고민을 먼저 했다. 작자만의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며, 인간이므로 사랑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많은 약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엘리엇이라는 개인의 역할로 국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미래 자본주의에서 국가가 개인을 보살피는 역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 여긴 것인지, 미처 생각하지 못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 사회적 약자는 국가보다는 인정을 베푼 개인에게 헌신할 가능성이 높다. 모 기업의 장학생으로 정계, 법계, 재계에 진출한 사람들이 모 기업을 두둔하거나 그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리란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사회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떠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지, 우리는 사회구성원에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이야 자본주의가 말하는 생산능력이 없는 사람의 범주에는 노인, 장애인,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 등일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 말고 "다른 사람" 말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개발 등으로 인해 인력을 기계로 대체가 가능하게 되면, 고등 교육을 받은 젊은이라도 생산 능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 때가 오면 우리는 무엇 때문에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정직하고 부지런하고 평화적인 시민들은 최저임금만 요구해도 즉시 흡혈귀로 분류되곤 했소. 그 이후로 칭찬은 언제나 엉성한 법망을 피해 범죄를 저지르고 막대한 돈을 챙기는 방법을 고안하는 자들의 몫이 되었소.” (19쪽)

"하지만 아버지, 가난한 사람들과 일을 하다 보면 때때로 가를 마르크스의 사상과 우연히 일치하게 돼요. 성경의 가르침과 우연이 일치하는 것처럼. 난 이 나라 사람들이 재물을 나눠 갖지 않는 건 잘못된 거라 생각해요. 어떤 정부가 한 아기한테는, 그러니까 나처럼 말예요, 태어날 때부터 이 나라의 큰 덩어리를 소유하게 하고 다른 아기한테는 땡전 한 푼 쥐여주지 않는다면, 그건 매정한 정부라고 생각해요. 한 나라의 정부라면 최소한 모든 아기에게 재물을 공평하게 나눠줄 수 있어야 해요. 안 그래도 힘든 인생인데, 돈 문제까지 고민하다 병이 나서야 되겠어요? 우리가 조금만 더 나눈다면 이 나라의 모든 사람이 풍족할 거예요." (137쪽)

'안녕 아가들아. 지구에 온 걸 환영한다. 여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단다. 그리고 둥글고 축축하고 붐비는 곳이지. 여기선 고작해야 백 년 정도 밖에 못 산단다. 아가들아, 내가 아는 단 하나의 규책을 말해줄까? 제기랄, 착하게 살아야 한다.' (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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